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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 PC가 사라지지 않을 열 가지 이유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꺼내 들며 포스트 PC(Post-PC) 시대의 개막을 알린 지도 이미 수 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마저 터치 친화적, 저전력 슬레이트 윈도우 8RT(Windows 8 RT) 태블릿 제품들을 공개하고 나섰다. 앞으로 미래는 데스크톱 컴퓨터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인 듯 보인다.
이 얼마나 멋진 혁신인가! 그렇다면, 정말 모바일 기기가 데스크톱 PC를 완전한 멸종의 길로 들어서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미안하지만 잠시 그 생각을 보류하길 바란다.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비즈니스 맨에게 모바일 기기는 분명 많은 장점을 제공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오피스 환경에서 주요 비즈니스 과제들을 보다 완전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데스크톱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그리고 노트북은 자신의 주머니와 배낭에 언제나 든든히 자리잡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컴퓨팅 파워나 스크린 크기, 그리고 특히 비싼 가격이라는 제약들을 안겨주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이 이야기하는 포스트 PC 시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데스크톱을 포기할 수 없는 열 가지 이유에 주목해보자.

 

1. 데스크톱 PC는 저렴하다
새로이 구입을 하든 기존 제품을 수리하든, 데스크톱에 투자되는 비용은 노트북에 비해 저렴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부품의 높은 가격에 있다. 또한 이들 부품을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에 적용하는데 요구되는 설계 비용 역시 아직은 조금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데스크톱에 적용될 부품은 특별히 작을 필요도, 또 퍼즐 조각처럼 반드시 특정 형태를 띌 필요도 없다. 컴포넌트들을 자유로이 배치해도 충분히 여유가 있는 공간이 데스크톱에는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트북에는 이미 스크린과 키보드, 그리고 트랙패드가 이미 장착되어 있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키보드나 마우스는 5달러 정도면, 그리고 꽤 쓸만한 24인치 모니터는 50달러 정도면 살 수 있지 않은가?
데스크톱 가격에 이 60달러를 더한다 해도 괜찮은 노트북을 구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3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와 8GB RAM, 1TB 하드 드라이브, 그리고 AMD 라데온 7570 디스크리트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 델 XPS 8500 모델의 경우, 델 웹사이트에서 7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비슷한 구성의(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8GM RAM, 500GB 하드 드라이브, AMD 라데온 HD 7570M 그래픽 카드) 노트북 델 인스프리온 14z 모델은 책정된 가격이 999달러다.

 

2. 데스크톱 PC는 강력하다
데스크톱 프로세서의 파워는 유사한 성능의 노트북 프로세서보다 강력하다. 대부분의 휴대폰과 태블릿에 적용되는 ARM 프로세서에 관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비교 자체가 우습기 때문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크기 문제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자.
노트북 프로세서는 데스크톱 프로세서에 비해 작을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와 발열이 적도록 설계되어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노트북은 배터리를 통해 구동되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 프로세서가 저전력 설계에 신경을 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음으로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작은 팬들에 둘러싸여 있는 노트북 프로세서는 그 설계 구성 상 과열 발생의 위험이 보다 높다.
반면 데스크톱 프로세서는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주는 벽면의 콘센트와 보다 좋은 성능의 팬, 그리고 부가적으로는 액체 쿨링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보다 강력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으며, 오버클럭(overclock)을 통해 보다 빠른 속도를 확보하는 과정 역시 좀더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다.

 

3. 데스크톱에는 수많은 주변 기기들이 연결될 수 있다

외장 키보드와 마우스를 장착한 상태에서 USB 헤드셋을 연결하려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자신이 노트북 사용자라면? 아마 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많은 노트북 제조 업체들은 두께 경쟁에 뛰어들며 포트(port) 지원은 간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 고급 시스템들이 USB 3.0 포트에 관심을 돌리는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노트북들은 USB 2.0 포트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태블릿의 경우에는 단 한 개만의 USB 2.0 포트만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태블릿 아이패드는 매끄러운 외관을 위해 이마저도 포기했다).
반면 데스크톱에는 아무리 적어도 4개의 USB 2.0 포트 정도는 갖춰져 있다. 물론 대부분의 데스크톱이 이보다 더 많은 포트를 지원한다. 데스크톱은 이 외에도 eSATA나 VGA, DVI, HDMI, 그리고 다중 오디오 라인(audio line) 등 다른 연결 옵션들 역시 폭 넓게 지원한다. 이러한 옵션은 노트북 시장에서는 일부 게임 전용 기기들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4. 데스크톱에서는 더 넓은 화면을 경험할 수 있다
보다 넓은 화면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화면을 넓힐 수 있을까? 방법은 더 큰 화면 또는 더 많은 화면, 이 두가지다.
시장에 출시된 노트북 스크린의 최대 크기는 17.3인치다. 노트북 치고는 정말 크다. 반면 데스크톱의 외장형 모니터는 어떠한가. 그보다 훨씬 큰 20 인치, 혹은 24 인치가 일반적이다. 더군다나 노트북의 스크린이 17.3 인치나 된다면, 그것을 쉽게 들고 다닐 수나 있을까. 이는 노트북도, 데스크톱도 아닌 애매한 기기일 뿐이다.
또한 USB 디스플레이나 태블릿을 활용하는 등의 특수한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노트북에서 복수 모니터를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데스크톱의 경우에는 그래픽 카드의 성능에 따라 둘, 셋, 혹은 네 개 이상의 모니터를 활용해 최대한의 생산성을 발휘하거나 최고의 게임 경험을 즐길 수 있다.

 

5. 데스크톱에서는 (진짜)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요즘에는 게임용 노트북도 있고 그 성능 역시 나쁘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예를 들어 에일리언웨어 M17x R4(Alienware M17x R4)의 경우에는 인텔 코어 i7-3720QM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680M(Nvidia GeForce GTX 680M) 디스크리트 그래픽 카드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용 데스크톱인 메인기어 시프트 슈퍼 스탁(Maingear Shift Super Stock)의 사양은 어떨까. 여기에는 인텔 코어 i7-3960X 프로세서와 세 개의 AMD 라데온 HD 7970 그래픽 카드가 탑재되어 있다. 비교가 가능한가.
화려한 그래픽의 PC 게임은 시스템의 프로세서와 GPU 파워를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척도다. 세 개의 그래픽 카드와 액체 쿨링 시스템, 멋진 사운드 카드, 그리고, 나아가서는 추가 게임용 주변 기기까지, 데스크톱은 이 모두를 수용할 수 있다.
반면 노트북의 경우에는 게임 전용 기기조차도 한 개 이상의 그래픽 카드, 물론 충분히 강력한 제품이긴 하지만 이를 수용하지 못하며, 또한 이 기기의 경우에는 휴대성에 아쉬움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6. 데스크톱은 수리가 용이하다
3년 전, 필자의 남편이 들고 다니던 노트북인 맥북(Macbook)의 그래픽 카드가 망가진 적이 있다.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갑자기 스크린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형형색색의 구불구불한 선들로 채워져 화면에서의 글자를 읽을 수 없게 됐다.
고장 난 노트북을 애플 스토어에 가져가자 기사는 기기를 열어 보더니 수리 비용이 만만찮게 나올 것이라 이야기했다. 총 수리 견적은 800 달러였다.
2년 전, 이번엔 필자의 그래픽 카드가 망가졌다. 엔비디아 측에서 결함이 있는 드라이버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당시 필자는 게임을 즐기는 중이었고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수정은 곧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카드가 과열돼 손상됐다.
필자는 베스트 바이(Best Buy)에서 다른 회사의 새 제품을 구입했고 스스로 교체까지 마쳤다. 소요된 시간은 10분이었다. 총 수리 견적은 80 달러였다.
데스크톱 환경에서라면 비단 그래픽 카드뿐 아니라 모니터, 심지어는 프로세서가 망가지더라도, 사용자가 새 컴포넌트를 구입 해 교체하는 과정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노트북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행운을 기대하거나, 용돈을 줄여야 할 것이다.

 

7. 데스크톱에서는 효율적으로 창작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요즘에는 노트북에서도 어도비 포토샵(Adobe Photoshop)이나 프리미어(Premiere) 등 창작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노트북의 트랙패드나 작은 화면과 씨름하다 보면 그 과정이 그리 즐겁지마는 않을 것이다.
많은 창작 소프트웨어들은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강력한 프로세서와 고급 그래픽 카드, 넓은 화면, 그리고 마우스나 키보드, 드로잉 타블렛(drawing tablet)과 같은 주변 기기들을 필요로 한다.
노트북이 이런 사양을 갖추는 데에는 여러 비용적, 물리적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데스크톱의 경우에는 웬만한 사양만으로도 창작 소프트웨어를 문제없이 실행할 수 있다.

 

8. 데스크톱은 NAS 기기나, 수족관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자신의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수명을 다하게 되면, 이를 재활용할 방법은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주방에서의 서핑 용도가 고작일 것이다.하지만 데스크톱의 경우에는 홈 서버나 NAS(Network Accessed Storage) 기기 등으로 멋지게 탈바꿈할 수 있다.
이런 기기가 필요없다면, 속을 열어 부품은 이베이에 팔고 본체나 모니터를 수족관으로 꾸며보는 건 어떨까. 필요하다면 기존의 수족관은 새 데스크톱의 천연 쿨러로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낡은 노트북 역시 손재주있는 작업자의 손을 거친다면 더욱 멋진 무언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데스크톱에 비해 많은 제약이 있다.

 

9. 데스크톱은 더 안전하고 더 오래간다
데스크톱은 휴대형 기기가 아니다. 역으로 말하면, 보안과 내구성이 더욱 뛰어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자신이 문단속만 잘 한다면 데스크톱을 도난 당할 염려는 거의 없다.
기차나 도서관에서 데스크톱을 도둑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설령 집에 누군가 침입했다 해도, 벽에서 모든 플러그를 뽑고 주변 기기들까지 모두 챙겨 달아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거의 평생을 한 자리에서 보내는 데스크톱이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떨어지는, 혹은 가방 안에서 흠집나는 경우 역시 흔치 않을 것이다. 데스크톱은, 특히 사용자가 각 부품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면 수 년 간 거뜬히 제 성능을 발휘해 줄 것이다. 반면 노트북에게는 매일매일이 도난과 파손의 위협을 신경써야 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10. 데스크톱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데스크톱 PC를 만들 수 있다.  
인터넷에는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수많은 웹사이트와 관련 기사들이 존재한다. 부품들 역시 어디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본체의 경우 19 달러면 살 수 있으며, 2세대 인텔 코어 i5-2500K 프로세서는 220 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반면 노트북의 구축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매우 어렵다. 부품은 별 볼일 없는 성능에도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 있고, 구매한 이후에도 노트북 섀시에 끼워 넣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완전히 새롭게 노트북을 구성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기존 노트북을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 역시 많은 제약과 난관을 마주해야 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데스크톱은 여전히 함께할 것이다. 노트북과 태블릿, 스마트폰 역시 현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가 강조하려는 것은 보다 저렴하고 보다 강력한, 그리고 보다 다재다능한 데스크톱이 사람에게 가져다 주는 가치를 너무 폄하하지 말자는 것이다. editor@itworld.co.kr